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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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지하철안에서


2020 대구시교육청 책쓰기프로젝트

글을 쓴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글을 완성하기도 전에 시작부터 어려움을 호소하며 글 쓰는 것을 포기한다. 이 책은 갓 중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동아리 친구들의 땀들이 모여 만들어 낸 의미있는 책이다. 책쓰기 동아리를 구성하며 올해 학생들과 무엇을 쓸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고민 끝에 우리 지역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조사하고, 또 그것을 소설화시켜 봄으로써 글을 읽는 이들에게 지역 사회의 아픔 및 사건들을 알게 하자. 라는 취지로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고 고통 속에 지내게 했던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중심으로 조선은행 대구 지점 폭파 사건, 2·28 학생 운동 등 대구의 다양한 주제를 소설로 풀어내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
대구 지하철까지만 입력해도 금세 ‘대구 지하철 참사’라는 연관 검색어가
눈에 들어왔다. 정화가 검색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 순간, 휴대폰의 상단에
문자 알림이 나타났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지만 정화는 금세 누가
보낸 건지 알 수 있었다.
“예인아, 엄마가 미안해.”
정화는 알림을 클릭해서 메시지 창을 열었다.
--- pp.34-35

숨소리만 새근새근 내며 숨죽이고 있던 중, 지하철 같은 칸에 있었던 또래로
보이던 여자애가 와서 말을 걸었다.
“안녕. 넌 어디 가던 길이었어?”
그 애는 말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학교 동아리 활동이 끝나서 선생님 집으로 쫑파티 하러 친구랑 가다가 이렇게
돼버렸지 뭐야.”
“아아, 난 친구랑 놀러 가다가 이렇게 됐어. 근데 조금 전에 소방관분들 오셨을
때 같이 올라가고 나는 남았어.”
--- p.102

이제는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 없는 생각 따위는
버린 지 오래되었기에.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 p.123

사랑하는 아우 진환, 나에게 아우나 다름없는 OO아, 너희들 모두 나를 걱정하고
있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내가 비록 사형 선고를 받아 너희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겠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운동하다 떠나게 됐으니
나는 후회를 하지는 않는다. 너희들 또한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진환아, 내 동생으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너보다 먼저 떠나게 되어 미안하구나.
이 못난 형을 용서해다오.
그리고 나의 영원한 벗 OO아, 나와 함께 있어 줘서 고맙다. 내가 비록 떠나게
되었지만, 너도 끝까지 나와 함께 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구나.
얘들아 형은 하늘에 가서도 너희들을 응원할 테니 너희들의 뜻을 이루며 살아라!!
그리고 형이 미안하다.
--- p.198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하였다. 천천히 과거의
조각들을 찾아가니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실종자 모두는 7~10세의
여자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조합해보면 범인은 이러한
여자아이들만을 노렸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아이는 사람이 많은, 즉 절대 납치될 수
없는 장소에서 사라졌다.”
“이는 범인이 아이들의 아는 사람이거나 아이들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일
거야.”
김기자의 의기양양한 추측은 일리가 있었고 나는 범인의 경우는 후자일
그거로 생각했다.
--- p.212

구선이가 단상 위에 올라선 후 결의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백만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뛰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서는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들의 기백이며,
이러한 행위는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2.28 민주운동 결의문 중)
나는 운동장으로 나가는 도중 구선이의 결의문을 듣게 되었다. 다른 선생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았다.
--- p.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