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에요, 가족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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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07일

처음이에요, 가족이지만


대상(가족, 친구, 자아)과의 소통을 통하여 대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알아가는 아이들의 글 모음

 
자녀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는 자녀의 모든 것을 가까이 두고 보살피며
하나하나 기억 속에 간직한다. 하지만, 자녀는 어떠한가?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심지어 나조차도 부모님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생년월일, 전화번호, 하시는 일 등 부모님의 친구에 비해
아는 것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가족을 알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였고 그 결과 나온 것이 가족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가족에 대해 글을 써보는 ‘가족 구술사’ 활동이다. 1학년들과 함께 구술사 쓰기
활동을 할 때마다 매년 심금을 울리는 작품들을 만나곤 한다.
이 책은 한 해 동안 가족 구술사 쓰기에 참여한 학생들의 작품 중 일부 작품을
모아놓은 책이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나는 가족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길 바란다.
 

 
“석우야, 이제 할머니 모시러 가래이…….”
보자기에 싸여 여성의 등에 업혀있던 그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는
사랑을 듬뿍 담아 대답을 보냈다.
“네……!”
--- 21p(길)

옛날에 아버지가,
“아빠가 아들을 위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
라고 했던 말을 아버지가 돼서야 공감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흉터가
완벽히 치료되고 아들의 천사같이 자는 모습을 보니 나는 간만에
느껴보지 못했던 기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 34p(흉터)

삼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삼촌이 마지막에 저와 함께 보냈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같이 꼭 한 번쯤은 야구장 가보고 싶었는데 결
국 못 가본 한을 여기서라도 풀어 봅니다.
--- 52p(삼촌과 나의 이야기)

영웅, 현재에는 많은 영웅이 존재한다. 유명 영화에 나오는 영웅, 소
방관, 순국자, 만화 속의 주인공 등 많은 영웅이 존재한다. 지구를 구
하거나 못된 악당으로부터 지켜주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유명 슈퍼히어로 보다는 더 멋진 그런 존재인 아버지를
--- 66p(우리 모두의 영웅전)

지금 열일곱 살의 나처럼, 34년 전은 열일곱 살의 아버지, 68년 전
에는 할아버지의 열일곱 살 삶이 있었다. 비록 내가 할아버지를 사진
으로만 뵈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할아버지의 17살의 모습을 상상하며
--- 79p(그대를 닮은 나, 나를 닮은 그대)

이제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신지는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
다. 나는 아직도 명절이나 제삿날, 그리고 가족들이 다 모이는 날이
되면 할아버지를 마음속으로 추억한다. 아직까지 나는 죽음이라는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다.
--- 91p(그리운 나의 할아버지)

나는 내가 어릴 때 이모할머니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
을 후회하지 않는다. 엄마, 아빠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에 큰 아쉬움을 두지도 않는다.
--- 96p(일상 속에 스며들었던 가족의 존재)

이 말을 들은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미리 준비해두면 근심할 것이 없다.’
즉 유비무환은 우리 집 가훈이다. 항상 아버지께서는 준비가 중요
하다고 말씀하셨다. 어릴 때부터 이 가훈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근심할 것이 없다.
나는 준비의 중요성을 잘 몰랐었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서 오늘의
실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 118,119p(미리 준비해 두면 근심할 것이 없다)

“고마 들어가자.”
나는 아버지를 따라 차에서 내려 가방을 메고 다시 우리 집 대문 앞
에 선다. 나는 열쇠로 문을 열려고 하시는 아버지를 말리며 내가 말했다.
“압찌. 열쇠 좀 주세요. 제가 열게요.”
“귀찬쿠로 고마. 와?”
“아 좀 주세요오!”
“자! 아나 받그라.”
나는 아버지께서 던져주신 열쇠를 잡아 우리 집 대문에 꽂고 돌렸다.
--- 144p(내가 행복한 이유)

할아버지 댁에는 할아버지께서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를 한눈에 판별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할아버지의 애마, 속칭 ‘구루마’였다.
할아버지가 끌고 다니는 애마인 구루마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듯했다. 전혀 허술하지 않았다. 아빠는 철판을 두들기시며
내가 용접을 했다며 자랑도 하셨다.
--- 148p(도심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

“아빠랑 이혼할 수도 있어.”
이 말을 듣자마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어머니는 그 뒤로도
계속 말을 했지만, 이혼이라는 단어를 듣고 난 뒤부터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 168p(어느 화목한 가정에서 ‘생겼던’일)

‘절대 할아버지가 쌓아놓으신 명성에 부끄럼 없는 손자가 되겠습니다.’
나는 할아버지께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한 줌의
가루가 되어 나오셨고 할아버지의 가루를 함 속에 담아 들고 할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시던 청도 시골로 향했다.
--- 192p(나의 위인, 할아버지를 떠울리며)

나는 언제나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속을 썩이기만 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어머니의 충고를 무시하고, 짜증이 날 때면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머니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혔을지 모를 말들을
마구 뱉어내기도 했다. 한때는 사춘기라는 핑계로 비뚤어져 공부는
안 하고 놀러 다니기만 했던 적도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나를 보며
때리지도 심하게 혼을 내지도 않으셨다.
--- 206p(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합니다)

“삶을 살다 보면 감당해야 할 많은 역할이 있는데 그게 부딪히니까 숨이 가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 그때 왠지 모르게 힘들고 눈물이 나더라고.”
항상 든든해만 보이던 아버지의 한 마디는 아버지의 역할. 가장으로서 역할,
맏아들로서 역할, 직장에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그 외 모든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 213p(가족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