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시작은 역사책 속에서 찾은 단 몇 줄의 문장이었다. 시선은 한곳에 머물렀고, 한동안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시선은 몇 문장에서 맴돌았지만, 상상의 공간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바다를 삼킬 듯 커져 나갔다. 오랜 사색을 거치며 이제야 그릇에 담을 수 있었다. 바로 청소년 소설 〈조선의 배이거리-카스테라의 탄생〉이다.
선왕(숙종)께서 말년에 음식이 물려 색다른 맛을 찾자, 어의(御醫) 이 시필이 말하길 “연경에 갔을 때 심양장군(瀋陽將軍) 송주(松珠)의 병을 치료해주고 계란떡(?卵?)을 받아먹었는데, 그 맛이 매우 부드럽고 뛰 어났습니다. 저들 또한 매우 진귀한 음식으로 여겼습니다.”라고 했다. - 이덕무의 〈청정관전서, 1775〉
‘계란떡’이 바로 카스테라이고, 어의가 임금에게 이것을 소 개하는 장면이 바로 이 소설을 쓰는 데 단초역할을 했다. 물 론 시작은 의심과 상상이었다.
- 저자의 서문 중
이제 가온이 차례였다. 백선생은 깜짝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 뒤따라온 다민도 덩달아 놀랐다.
“도대체 이게 뭐냐?”
“겨울에 먹는 시원한 눈떡단팥입니다.”
백선생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시 살폈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뭔가 표현한 것 같은데, 네가 생각한 게 무엇이냐?” 가온이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어젯밤 우리 집 근처의 모습입니다. 눈 덮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그릇에 담아 표현해봤습니다.”
- 126p
“음식 하나에 세상의 이치를 담았구나. 얼른 맛을 봐야겠구나. 어떻게 먹어야 하느냐?”
가온이 수저로 눈떡단팥 그릇을 빠르게 섞었다. 눈과 단팥이 섞여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백선생이 한 수저를 떠서 입에 넣었다. 입속에서 사르르 녹으며 단맛이 퍼져 나갔다.
“멥쌀이 아니라 찹쌀로 떡을 만들었다면, 더 쫄깃하고 맛있었겠구나. 다민아 너도 한번 먹어보아라.”
아버지 말에 다민의 얼굴이 벌게졌다. 깨진 항아리 속에 찹쌀이 들어 있었다. 찹쌀을 썼다면, 아버지에게 최고의 칭찬을 들었을 것이다. 조금 미안하고 화가 났다.
- 127p
어느 시대나 과도기이고 전환기라고 한다. 오늘 우리 사회도 급속한 세계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경종을 울리듯 코로나19가 급습했다. 인류의 운명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미래 주인공인 아이들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갖게 해주고 올바른 인생을 살도록 이끌어야 한다. 아이들 특유의 샘솟는 창의성과 융복합 능력을 배양토록 북돋워야 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커나 가는 길은 바로 역사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통해 과거에서 배움을 얻는 것이 크게 유익하다. 정종영의 〈조선의 배이거리-카스테라의 탄생〉도 그 서사에 일익을 담당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동화작가 고정욱의 해설 중에서